_책 내용의 결말과 전개에 대해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마씨 부자
_평범한 사랑은 인종을 뛰어넘지 못한다.
마씨 부자라는 작품이 전달하고자하는 바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당시중국은 근대화를 맞이하며 봉건적 사고나 문화의 각성이 필요했고, 이에 따라 지식을 습득하며 발전해야한다는 계몽적인 사고 또한 팽배하였다. 이러한 생각이 담긴 책이 마씨 부자이다. 따라서 작품 내의 인물들의 갈등구조는 주로 신세대와 구세대로 나뉘게 되는데, 이 신세대와 구세대가 섞인 인물들의 관계도 속에서 사랑 관계가 얽힌다는 점이 재미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제대로 완결을 러브라인은 하나도 없다. 왜일까? 바로 인종에 대한 지배적인 고정관념과 이로 인해 발생한 세대간에서 발생하는 가치관 차이의 때문이다.
러브라인은 크게 ‘마쩌런-웬델 부인’과 ‘마웨이-메리(웬델 아가씨)-워싱턴-캐서린’으로 나뉜다. 여기서 마쩌런과 웬델 부인은 쌍방향의 사랑을 하고, 마웨이는 메리를 짝사랑한다. 메리는 이미 약혼까지 내정된 워싱턴이라는 상대가 있었으며, 중국인에 대한 편견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물론 웬델 부인 또한 중국인에 대한 고정관념은 매우 강했지만 딸의 무례한 태도가 그녀의 남들과 다르길 원하는 성정을 건드리기도 하였고, 마쩌런이 웬델 부인에게 보이는 호감의 표시가 그녀의 환심을 점차 사기도 하였기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는 무탈하게 발전해 갔다. 크리스마스 이후, 메리의 약혼이 깨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전까지는 신세대와 구세대의 갈등이 점진적으로 암시만 되다, 메리의 약혼이 파기되며 가시적으로 이 갈등이 폭발한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반드시 젊다고 해서 새로운 근대적 사고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워싱턴이 메리를 사랑하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니지만, 그와 그녀는 너무나도 사고방식이 달랐던 것이다. 그녀의 사고방식은 워싱턴과는 달랐으며, 이어 캐서린과 달랐으며, 곧 마웨이와도 달랐다. 그런 그녀가 과연 마웨이에게 호감을 가질 수 있을까? 당연히 불가능하다. 왜냐면 그녀는 보수적인 가치관을 대변하는 이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인종을 뛰어넘는 사랑은 마웨이에게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녀는 워싱턴과 같이 편안하게 살고 있었다.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왜 반지를 사서 껴야 하지? 왜 교회에 가서 성서에 손을 얹어야 하지? 왜 꼭 자신의 성을 버리고 그의 성을 따라야 하지…… 캐서린은 그런 문제들을 일소에 부쳐버렸다.
메리는―폴과 똑같았다―꼭 반지가 있어야 했다. 반드시 교회에 가서 성서에 손을 얹어야만 혼인이 성사된다고 믿었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반드시 워싱턴 부인이라고 불러야 했다.
라오서『마씨 부자』320-321쪽.
결국 메리는 워싱턴과 타의로 헤어지게 되고, 이러한 파혼 사건은 마쩌런과 웬델 부인의 관계에도 큰 영향을 준다. 웬델 부인은 평범한 영국인이었고, 평범한 영국인들은 중국인에 대한 인종혐오색이 짙은 매체를 통해 습득한 정보로 인한 고정관념이 굳건했다. 웬델 부인도 마씨 부자를 특별하게 생각하였을 뿐 여전히 중국인이라는 인종을 향한 편견이 강했고, 또 그랬기에 주변에서 마쩌런을 바라보는 태도를 결국 견디지 못한다. 이것을 보여주는 것이 반지 사건이다. 마쩌런이 중국인이기 때문에 당연히 비싼 반지를 사지 못할 거라는 태도를 고수하는 보석방 주인의 태도를 견디지 못한 웬델 부인이 외친다. “안 사요! 집에 가요! 저는 이 상황을 견딜 수 없어요!”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난 이후 집에서 대화를 나누게 된 상황에서 그녀는 “인간의 고정관념은 깨뜨릴 수 없어요!”라는 대사를 하며 결국 우리는 인종의 차이를 결코 넘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녀가 중국인 아버지를 들이는 순간 메리의 혼삿길이 막힌다는 이야기를 꺼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그녀 또한 결국 타인의 시선이 두려운 것이다. 보수적인 두 사람은 보수적이기에, 보수적인 사회가 어떤 시선인지를 지나치게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두 사람의 관계도 결국 갈라지게 된다.
“인간의 고정관념은 깨뜨릴 수 없어요!”
라오서『마씨 부자』312쪽.
“사람들 모두가 당신네 중국인이 나쁘다고 말하기 때문이었죠. 지금은 알아요. 당신이 그렇지 않다는 걸.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모르잖아요. 우리는 결혼 후에도 계속 그들과 어울려 살아야 하는데, 사회의 고정관념은 사흘이면 당신을 죽여버릴 거에요!”
라오서『마씨 부자』312쪽.
결과적으로 정리하면 마웨이는 메리에게 사랑을 느꼈지만 메리는 상대가 중국인일 때 사랑을 느낄 수 없는 여자였고, 그래서 그녀의 기준에서 완벽한 워싱턴을 사랑했지만 그녀의 사고방식은 워싱턴에게는 사랑 그 이상을 부여하지 못하였다. 웬델 부인과 마쩌런은 인종의 편견을 넘어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이가 사랑으로까지 발전했지만 그 사랑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보수적인 시선과 사람들을 넘어설 수 있을 만한 것은 못되었다. 그렇다, 결국 이 책이 보여주는 것은 ‘평범한 사랑’이다. 로맨스 소설에서의 역경을 뛰어넘는 특별한 남녀가 아니라, 사회를 표상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인 것이다. 이는 당시 사회가 뛰어넘을 수 없었던 인종과 세대 간의 거대한 장벽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들에게 있어 그들 자신 외부의 존재들, 타인이 두려웠던 것도 사실이나, 근본적으로는 결국 그런 외부요소들이 내재화 된 것이다. 그렇기에 결국 이 이야기는 스스로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의 용기가 부족한 사랑 이야기인 것이다.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 말이다. 신세대로 표방되는 인물들이 결국 자신들이 사는 터전을 떠나는 결말을 맞이하는 것도, 그런 것을 분명 암시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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