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카테고리
작성일
2020. 10. 2. 06:00
작성자
0M

20.09.29기준)


_책 내용의 결말과 전개에 대해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_예고 없이 감상 도입부터 스포일러 강하게 들어갑니다. 

_미성년자 열람 불가 콘텐츠입니다. 미성년자의 열람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종군기자   #한국배경   #이공일수   #리맨물   #현대물   #서사물   #감성물   

 외신 통신사 TPA 소속 종군기자인 하조윤은 내전지역 취재 중 사고에 휘말려 5년 간 혼수상태에 빠진다. 기적적으로 의식을 되찾고 귀국해 옛 연인을 찾아가지만 연인의 옆은 이미 다른 누군가로 채워져 있었는데…
 갓난 시절부터 친구였고, 머리가 굳고 나서는 사랑이었다. 태어나서 지금껏 단 한 번도 이별을 생각해본 적 없던 연인에게 내가 아닌 다른 연인이 생겼다. 세상은 모든 결과가 나의 이기심과, 나의 무책임 탓이라 손가락질한다.
 헤어짐에도 시간과 방법이 필요했지만, 한 번도 이별을 경험하지 못한 하조윤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며 자신을 잊으려는 옛 연인에게 매달릴 뿐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곁으로 한 남자가 다가왔다. 마음은 필요 없고 오로지 몸만 즐기자는 이 남자. 서른 한 해 동안 살아온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하조윤은 사랑과 헤어짐, 그리고 책임감을 처음으로 직면하게 된다.

-RIDI 제공

 

메인 커플링 | 신권주() X 하조윤(X 강태정() X 서영우()

 #연상연하   #무심공   #후회공   #구남친공   #미인수   #외골수   #소꿉친구   #서브공有  

 

 


 

 

헤어짐의 방법

_일이야 사랑이야, 하나만 골라.

 

 

 

 

 

 

 눈물 찔찔 짜는 작품 없나 하고 찾아보면서 읽게 된 작품이다. 가슴을 괴롭게(?) 쥐어짜는 이런 류의 로맨스를 상당히 좋아하기 때문에 찾았고, 굉장히 내 취향이었다.

 

 비엘을 비롯한 모든 로맨스가 어느 정도는 으레 낭만적인 사랑을 이야기한다면, 헤어짐의 방법의 경우는 읽는 내내 제법 현실적인 로맨스를 보여준다고 느꼈다. 스토리의 진행이나 흐름은 다소 극적이지만, 인간 대 인간으로 사랑하는 방식이나 그를 이야기하는 것이 현실적인 사랑을 할 때 고려해야 하는 부분을 짚어주는 느낌이었고 이가 이런 장르 내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스타일은 아닌지라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아직까지 읽은 작품들 중에서는 신권주를 능가하는 공을 아직은 못 찾았다... (개인적으로는)

 

 큰 흐름은 주인공 하조윤이 의식을 잃은 5년의 시간으로부터 시작한다. 종군기자로서 현장에서 뛰다가 잃은 5년 동안 이미 사귀고 있었던 강태정에게는 다른 사람이 생긴 뒤였고, 이십 대 후반이 날아간 채 홀로 삼십 대의 시간에 떨어진다. 그리고 직장에 돌아온 하윤이 새롭게 만난 사람은 신권주, 대학 선배이자 옛 직장 선배 되는 사람이다. 공교롭게도 인연이란 게 어떻게도 이어지는 건지 신권주는 한국의 가족을 비롯한 가까운 사람들이 하윤을 찾을 수 있게 큰 도움을 준 사람이었다.

 

 

사소한 데이트 약속부터 일상의 소소한 약속, 때로는 촬영을 핑계로 1년의 대부분을 내전이 일어나는 지역으로 떠나야 했던 그 모든 상황을 강태정은 늘 묵묵히 인내하며 하조윤을 기다려 왔다. 그랬던 그가 진심으로 화를 내고 불안감을 내비쳤던 적이 있었다. 처음 특파원 신분을 얻자마자 내전 지역으로 떠났을 때와 5년 전 시리아로 떠나던 순간. 그 모든 순간에서 하조윤이 선택한 쪽은 일과 사진이었다.

"생각할수록 최악이네."

헤어짐의 방법 1권

 

 

 하조윤의 직업은 종군기자로 내전 현장을 발로 뛰며 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업무 특성상 생존에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그 직업이 주변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한다. 가족들도 조윤이 위험한 현장을 근근하는 것을 내켜하지 않았고, 조윤과 사귀는 관계인 강태정의 경우는 조윤이 종군기자 일을 제법 노골적으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사실 무심한 인간이 아니고서야 총탄과 포탄이 날아다니는, 언제 숨이 끊어져도 모를 환경에서 가족이나 연인이 일을 계속한다는 것이 좋을 리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일에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타인과의 교우관계가 매우 얕고 적은 조윤에게 있어 가족을 제외하면 가장 깊은 관계라고도 할 수 있을 태정이 싫어하는 모습에도 내전 현장을 향할 정도로 현장을 담아내는 일에 깊은 사명감을 지니고 있었다.

 

 조윤의 이 직업 신념이 흔들리는 것이 5년의 공백기이다. 5년이나 가족과 연인을 괴로운 시간에 방치했음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고, 막무가내로 훌쩍 떠나버리는 스스로의 행보에 대해 돌아보게 되는데, 문제는 태정과의 이별이 더해지면서 깊은 땅굴을 파기 시작한다. 태정의 경우 갑자기 끊겨버린 조윤의 소식에 미친 듯이 행적을 쫓다 지쳐버린 나머지 다른 사람에게 기대게 된다. (사실 말이야 포기지, 아무 말도 없이 전쟁 현장에서 소식이 뚝 끊긴 채로 2년, 3년이 지나 보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결국 태정은 5년을 지나 이미 다른 사람과 새로운 관계를 시작한 뒤였고, 하조윤은 잠깐 자고 일어나니 이별 통보를 받은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감정을 갈무리하지 못하던 조윤의 인간관계 속에 새롭게 찾아온 사람이 신권주다.

 

 신권주는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인간 중 하나이고, 그렇기에 이미 헤어진 상대를 붙잡고 감정에 휩쓸리는 조윤을 탐탁지 않게 본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그는 조윤의 사진을 매우 마음에 들어 한다. 신권주는 조윤의 감정을 빼고 담백하게 현장을 사실로서 담아내는 냉철한 프레임을 좋아하는데,  그는 예전에 카메라를 들고뛰던 예전의 신권주가 담아내던 프레임이자, 내전 현장에서 무참히 죽은 그의 옛 동료의 프레임이기도 했다. 

 

 그렇게 조윤을 눈여겨보는 와중, 조윤은 자신의 의지는 아니었으나 회사에서 자주 만나는 사람이자 예전의 선배이자 상사인 권주에게 기대게 된다. 신권주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첫날 신권주의 입에서 나온 태정의 이름에 쏟아버린 눈물 때문에 더 허물어진 건지, 태정과의 연애관계에 대한 고민을 툭툭 뱉어버리고 마는 와중 둘은 충동적인 파트너 관계를 시작한다. 

 

 


"주워 가 달라는 게 하나 있어서."
"……."
"고민 중입니다."

 


 

"하조윤 씨, 나랑 잘래요?"

 

헤어짐의 방법 1권

 

 

 결과적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는 내내 하조윤이 싸우는 것은 직업에 대한 신념과 연애 관계의 지속, 이 둘 사이에서의 갈등이다. 여느 로맨스 드라마에서야 모든 걸 다 제쳐두고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달려간다지만, 사실 직업과 연애 사이에서의 고민은 현실로 닥쳐올 수밖에 없다. 직업으로 가지는 일 또한 사랑하는 것들 중 하나이기 때문에. 결국은 신권주와도 헤어지고 마는 하조윤이라는 캐릭터가 다소 답답해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고 이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무척 공감력 있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 마지막에 하조윤 옆에 선 사람이 그의 직업을 진심으로 밀어줄 수 있는 신권주였다는 점에서도.

 

 

"벽에 걸어놓고 혼자서 감상할 게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행동해요. 하조윤 씨의 그 소극적인 행동은 결국 자기만족일 뿐입니다."
정신없이 몰아치는 대화에 넋을 놓고 있던 하조윤은 한참 후 적적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필요한 일이었을까요."
"당연한 소릴."

헤어짐의 방법 2

 

 

 신권주는 만남 초반부터 사진기자 일을 '포기했었어야 했던 일'이었을 거라 여기려 드는 하조윤에게 '가치 있는 일'이라 강조한다. 사실은 강조가 아니라 본인의 직업 관념에 따른 객관적인 말이었을 뿐이지만 그것이 하조윤에게 카메라를 계속해서 들기를 종용한다. 사실은 신경 써서 하는 말이 아니라 당연한 사실이라는 그의 태도였기에 더 하조윤에게 일을 지속할 수 있게끔 동력을 주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을 보고 있자면 사실 5년의 공백기가 아니었어도 강태정과 하조윤은 언젠가는 끝을 맞이했을 거라는 생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강태정이 서영우와 새로운 관계를 맺었음에도 불운과 사건이 겹쳐 지쳐있던 상태에서 위로받고 싶다는 유혹에 하조윤을 놓았던 만큼, 재회 후 하조윤에 대해 미련을 놓지 못함에도 끝내 완전한 이별을 선택한 것 또한 자신도 이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지만 그것이 서로에게 소모적인 관계가 될 것임을 깨우친 두 사람에게 필연적인 이별이었다고 느꼈다.

 

 신권주는 연인으로서의 하조윤도 아끼지만, 종군기자로서의 그를 진심으로 자랑스럽게 느껴한다. 그가 하조윤의 마지막을 기약하는 약속 또한 그런 마음에서 우러나온 말일 것이다. 같은 일은 했던, 하조윤과 비슷한 직업정신을 가졌다 포탄에 날아간 친구의 죽음을 겪었음에도 그런 약속을 건넬 수 있는 신권주야말로 아마 정말로 하조윤의 곁에 있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하나는 약속해 줄게."
"네가 현장에서 죽으면, 네 유해는 내가 반드시 거둬 줄 테니까. 안심하고  뛰어다녀."
"너와 내 관계가 어떻게 되건, 헤어지건, 새로운 사람을 만나건, 어쩌건."
"괜찮은 약속이지 않아?"

헤어짐의 방법 3권

 

 

 영원이 아니라 상대의 마지막을 약속하는 신권주는 그가 마음 놓고 내전 현장을 뛰어다니기를 원했을 것이고, 그가 사랑해 마지않는 조윤의 사진을 위한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준다. 하조윤 또한 동양인이라는 신분으로 홀로 언론사에서 강하게 높은 자리를 쟁취해가는 신권주의 굳건한 힘이 되어줄 것이고. 사랑 때문에 상대의 일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사랑하기에 그 사람이 사랑하는 일을 함께 지지해 줄 수 있는 상대가 서로에게 되어 오랜 시간을 보낼 것이다. 태정이 조윤과 헤어지며 깨닫게 된 것도 그런 점이었을 것이다. 강태정은 사실, 하조윤을 좋아하는 마음에 그의 직업 활동뿐만이 아니라 본인의 활동 영역마저 좁게 가두어두었을지도 모른다. 그가 독일로 떠나 더 넓은 곳으로 향하기로 결심하는 것 또한 새로운 마음가짐의 표출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상대를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행위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루어지는 이야기라고 느꼈다. 맹목적인 사랑이 얼마나 건강하지 못한 관계를 불러일으키는지는 서영우를 통해 단적으로 드러나는 듯한데, 사실 서영우도 안타까웠다. 하조윤과 강태정의 관계는 안타깝게 아다리(?)가 맞아 들어가지 못해 삐그덕거린 느낌이라면, 서영우의 경우는 철저하게 쌓아 올린 업보가 결국 돌아오면서 공허할 정도로 깔끔하게 관계가 끝이 나버렸다. 분명 서영우와 강태정의 사이는 거짓말로 시작된 관계이긴 하지만 네 명 중 좋아한다는 마음이 거짓인 사람은 아무도 없어, 흘러가는 상황들이 전부 애처롭게 보인다. 미워 보일 수는 있지만 결국 완전히 나쁜 사람은 되지 못한 채 어설픈 상처만 상대에게 입히지 못하는 모습도 불쌍하고, 웃프고 그랬다.

 

 제목처럼 헤어짐을 배우고, 이별을 겪는 과정이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만남을 위한 단계일 것이고, 그러했다. 이별을 하는 과정에서 상대를 확인하고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은 어려운 과정이지만 결국 더 나은 관계를 위한 약속처럼 보이기도 했다. 헤어짐이란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하지만 동시에, 만남은 더 좋은 것임을 모두 알 것이다. 

 

'book: b'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패션 (PASSION) | 유우지  (0) 2020.10.20
워크 온 워터 (walk on water) | 장목단  (0) 2020.08.24
임계점 | 에디파  (0) 2020.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