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점5,795명(20.08.04기준)
_책 내용의 결말과 전개에 대해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_예고 없이 감상 도입부터 스포일러 강하게 들어갑니다.
_성(性)적으로 왜곡된 가치관이 반영된 콘텐츠입니다. 미성년자의 열람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작중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행위 및 제삼자와의 성관계 묘사, 소설의 재미를 위하여 현실을 다소 왜곡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주의 바랍니다.
#SM #DS #성장물 #일공일수 #도미넌트 #마조히스트
-섹스중독 마조히스트가 평범한 척 살고 있던 남자를 만나 서로 인생 꼬이는 발칙한 연애담.
-RIDI 제공
메인 커플링 | ??? (이름 비공개) X 차우경
#연상연하 #나이차多 #강공 #지랄수 #미인수 #모브공有
임계점
_한계가 두려운 사람과 한계를 알고싶은 사람.
최근 1차 BL소설 장르에 관심을 가지게 되서 읽게 된 작품들 중 초반에 읽은 글이다. 기본적으로 1차 bl소설을 많이 읽지 않았기 때문에 장르에 대한 견문이 그리 넓은 편이 아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주로 하는 2차 창작물들을 주로 소비했기 때문에. 따라서 내 감상이 이 장르의 경향성을 잘 못 담고 있을 수 있다.
하드코어한 성인 컨텐츠 소재를 제법 잘보는 축에 속하고, 그 중에서도 SM 소재를 개인적으로 꽤 좋아하기 때문에 취향 키워드로 찾다가 눈에 띄어 읽기 시작했다. 글 자체의 분량이 많다보니 그에 비례하여 씬이 많고 소재가 소재답게 꽤 하드하다.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마냥 밝지는 않기 때문에 가볍게 읽기엔 부적절하다. (특히 중후반의 창고에서의 전개 부분은 보기 힘들다는 평이 많은 듯 하다.) 하지만 확실히 나는 좋았다. SM과 DS 소재를 사용한 글 중에선 제일 취향이었다.
"당신, 설마 혹시……. 돔이었어?"
임계점 2권
신체에 가해지는 고통이 곧 쾌감이자 즐거움인 차우경과 상대방에게 가학행위를 함으로써 쾌감을 느끼는 남자 윤희원의 만남은 이상적인 만남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희원이 단순한 사디스트가 아니었고, 이 관계에 대한 인식에서 균열이 발생한다. 우경 내에는 서로의 욕망을 동등하게 채워주는 상호보완관계라는 믿음이 존재하였지만, 사실 우경의 욕구 해소에 조금 더 기울어진 관계였던 것이다. 물론 이가 우경의 잘못이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각자의 희망이 완벽하게 만족되지 못한 관계라는 사실은 괜찮을 것만 같았던 이 관계에 충돌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두 사람이 연애 감정을 배제한 채 관계를 시작하지만, 몸을 거듭하여 섞기 시작하면서 변화하는 감정선이 좋았다. 특히나 공 포지션인 윤희원이라는 캐릭터가 상당히 좋았는데, 왜냐하면 이런 비엘 장르에서 생각보다 사랑하기 때문에 포기하거나 양보하는 공이 클리셰적이진 않기 때문. 단순히 상대에게 잘해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위해 그 관계까지 포기할 수 있는 그런 캐릭터. 윤희원이 우경을 생각보다 마음 속 깊이 품게되고 그 과정에서 상호 사생활 노터치라는 규칙을 번번이 깬다. 물론 그가 도미넌트이기 때문에 상대의 사생활을 알고 통제하는 욕망도 동시에 내포된 행동이기도 하였지만. 여기서 그의 검사로서 우경에게 비밀로 부칠 수 밖에 없는 수사업무가 끼어들며 두 사람 간의 오해와 균열이 파국으로 치닫는다.
철도 없고 자신의 몸을 위험한 수위에 거리낌없이 내던지는 겁없는, 그러면서 입 험하고 지랄맞기까지. 차우경이라는 캐릭터가 워낙에 극단적인 캐릭터다보니 윤희원이라는 인물이 비교적 상당히 어른스럽고 냉철하게 그려진다. 나는 윤희원의 이런 어른스러움이 단점으로 묘사되는 것이 꽤나 좋았다.
"아마, 내가 널 많이 좋아했나 봐."
"그것도 아니라면 내가 다 포기할 수 있을 만큼 널 좋아하는 게 아니었거나."
임계점 3권
어른스럽다는 건 뭘까? 그것은 사회라는 사이클 안에서 자신이 욕망하는 것을 현실과 타협하거나 때로는 포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윤희원이라는 캐릭터가 말하는 것 같다. 한 때 자신의 도미넌트이자 사디스트로서의 욕망을 제어하지 못해 상대에게 큰 상해를 입힐 뻔 한 경험을 한 희원은 자신의 아득한 한계치에 자신이 닿지 못하도록 절제한다. 플레이를 할 때 입는 정장과 높임말, 그리고 몸에 흉터가 남을만한 상처가 남으면 바로 중단하는 규칙은 스스로를 향한 구속이다. 우경의 표현으로, 윤희원 자신이 스스로의 서브미시브인 셈이었다.
그렇기에 차우경의 존재는 윤희원에게 커다란 도발이자 위험 분자였을 것이다. 우경은 서브미시브가 아니었지만, 그의 지랄스런 성격이 돔으로서의 정복욕을 돋게 해주었으며 섹스를 동반한 플레이를 즐기는 점도 취향에 딱 맞는 것과 같이 여러모로 괜찮은 섹스 파트너로서의 조건을 지녔다. 하지만 정말로 위험했던 이유는 우경이 감당할 수 있는 고통의 수위가 너무 높다는 점이었다. 우경은 희원이 욕구를 배출해내고 싶은대로 풀어내도 기꺼이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었고, 그것이 문제였다. 그러니 단순하게 자신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불만을 내뿜으며 관계를 그만두자는 우경의 말에 제법 빡이 돌았을 것이다.
여기서 재밌었던 것은 안전어가 '사랑해'였던 것이었다. 우경은 절대로 안 할 말로 안전어를 설정하는데 이 때문에 두 사람 모두 상당히 관계에서 곤혹을 겪기 때문에... 파트너로서 서로를 제법 마음에 들어하였기 때문에 둘이 몸을 섞는 횟수는 나날이 늘어가는데, 이와 함께 감정적인 교감도 깊어지고 서로가 연인행세를 하고 싶어하는 모습이 제법 눈에 보임에도 본인들이 뱉은 섹스파트너는 섹스파트너일 뿐이라는 말에 묶여서 이도저도 안되는 모습이 상당히 우습다. 극한의 고통을 즐기는 우경이 단순히 행위의 한계를 끝맺고싶지 않아서 안전어를 스스로 잠구어버리기는 하지만, 나중에는 강박적으로 사랑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하는 모습은 웃프기도 하다.
“사랑한다고 말해 보세요, 차우경 씨. 그 말 한 마디면 끝나니까.”
임계점 3권
'사랑'은 행위의 끝을 선언하는 단어이자, 두 사람의 한계를 정의한다. 나는 우경이 연인적인 감정을 기피하는 이유가 백승민과의 경험도 한 몫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경은 단순히 섹스욕구를 충족시키는 파트너로서만 백승민을 원했던 것에 비해, 백승민은 연애적인 감정을 우경에게 요구했고 이가 우경에게는 상당히 거슬리고 귀찮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근본을 파고 든다면 사실 희원과 우경의 관계가 파탄이 나는 것도 희원이 우경을 아끼는 마음 때문이었으니. (물론 백승민과 윤희원을 똑같이 평가하는 것은 아니고... 우경도 백승민한테 잘한 거 딱히 없다지만, 상대가 자신 마음대로 안되서 수가 틀리면 그 관계를 망설임없이 폭력적으로 강요한다는 점에서 백승민은 질이 상당히 나쁘다. 우경 본인이야 스토커라고 '변명'했다고 하지만 사실 하는 짓은 그 때도 스토커나 별 다르진 않은 듯.)
그렇기에 사랑한다는 안전어는 그와의 섹스를 오래 지속하고자하는 의지의 상징이었으며, 그를 위한 스스로의 목줄인 셈이었다. 하지만 사랑하고싶지 않았지만 사랑받고 싶어한, 자신에게 그가 큰 존재였던 것처럼 그에게도 자신이 큰 존재이길 원했던 모순적인 감정이 상황을 어렵게 만들었다.
그 혼란이 비단 우경만의 것은 아니었다. 어른 윤희원은 자신이 정한 룰 안에서 엄격하고 단호해보인다. 아니라고 생각했을 때는 끊어낼 수 있고, 그만둘 수 있는. 그렇지만 차우경 앞에서 그는 자신이 정한 한계범위를 계속 물렸다. 자신의 임계치는 자칫하면 상대방을 다치게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그렇기에 그는 스스로를 통제하였다. 하지만 눈앞의 자극만을 막무가내로 쫓아가는 우경은 계속해서 희원의 한계점을 자극한다. 이 과정에서 철없는 우경이 희원을 쾌락의 도구로 이용한 것으로 보인 것도 사실이다. 합의된 피가학 관계에서 가학을 행하는 측의 책임이 훨씬 더 막중하며 신중을 기해야하지만, 그저 맞는게 좋은 우경에게 그런 건 모르는 일인 양 행동하였으니까. 그리고 합의 했으니 됐다며 자신의 몸을 겁없이 내놓는 우경의 태도가 끝내 희원의 핀트를 나가게 만드는 도화선이 된다. 사랑하기에 사랑한다 말하지 않는 우경과 사랑하기에 사랑한다는 말을 이끌어내려 점점 더 과격해지는 이 치킨게임은 결국 처참한 결과를 부른다.
내 한계를 알고 싶다는 사소한 바람에서 시작한 일탈은 이제 일상을 완전히 좀먹고 있었다. 지나칠 정도로 열정적인 맹종은 옆도, 뒤도 돌아보지 못하게 만들었고, 오직 앞만 쳐다보고 계속해서 달리게 했다.
사랑한다는 말, 윤희원과 정했던 안전어. 그게 왜 갑자기 튀어나왔을까. 나에게 윤희원이 하랬을 때는 하기 싫어 버텼던 말, 윤희원이 그토록 나에게 듣고 싶어 했었던 말. 그런데 우습지,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쉽게 튀어나온다는 게.
임계점 4권
해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의 우경의 행동 패턴은 이번에도 그리 다르지는 않다. 결국 자신의 한계지점까지 폭주하다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맞이하며 그제서야 깨닫게 된다. 희원이 그은 고통과 쾌락의 한계선이 사랑의 근거였다는 것을 말이다.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여준 사람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었고, 자신을 내버려두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이는 비단 윤희원 뿐만이 아니라 자신에게 참견했던 과대나 임지호도 마찬가지다.
이후 마약범죄 현장에서 일어났던 끔찍한 사건 이후 삶을 돌아본 우경은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고 싶지도 않았고, 이 과정에서 윤희원과 비슷한 전철을 밟는다. 하지만 그것은 정답이 아니었다. 고통에서 쾌감을 느끼는 몸뚱어리는 외면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윤희원을 향한 감정의 인정이 자신을 비참하게 만든다하여 부정한다고, 없던 것이 되는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나는 윤희원에게 멋대로 참아 달라고 말했다. 윤희원은 자신을 알지 못하면서 참아 주겠다고 말했다. 서로를 기만한 채 연애를 빙자한 놀이에 심취해 있느라 중요한 본질을 잊고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을 솔직하게 말하지 않은 게 결국은 이런 사태를 불렀다.
"그런 것들을 전부 감수하고 차우경이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네가 좋았어.”
그래, 나도 윤희원이 좋아서 그랬다.
임계점 5권
결국 말로 털어놓으며 비로소 서로를 이해하지만, 본인들의 욕망보다 서로가 더 중요하다는 말을 못해서 그랬다는 생각을 하면 둘 다 구제불능인 인간들이다 싶었다. 각자가 원하는 것이 굉장히 뚜렷하게 달라서 여전히 함께 맞추어 나가는 것에 엇박자도 곧잘 생겨나겠지만, 이제는 자신의 마음도, 상대의 마음도, 그리고 두 사람의 임계점을 어떻게 발맞춰 나가야하는지도 아는 두 명이기에 아마 잘 해나가지 않을까싶다.
+
공 캐릭터인 윤희원씨가 역시 정말 매력적이다. 작중에서 나이는 정확하게 언급되지 않지만 보통 검사 일을 시작하는 나이가 서른 전후인데 완전 말단은 아니지만, 그래도 새끼검사라는 언급이 있는 것을 보아 삼십 중반쯤 아닐까 싶다. 차우경이 23살인 걸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나이차... (난 7~8살 차이도 꽤 나이차가 많다고 생각하는 편인지라.) 아무튼 차우경도 윤희원을 사랑하긴 하는데 이 분이 우경을 너무 열렬하게 사랑해주신다. 특히 초반부를 보면 우경은 희원을 섹파로서 매력적으로 느낀다는 성향이 강하다는 느낌이면 희원은 사생활에 계속 간섭하고 싶어하고 백승민과의 전화씬에서도 기분 나쁘다는 걸 팍팍 티를 내는 걸로 우경을 파트너 관계 이상으로 생각하는 게 눈에 보이는 편. 하지만 우경이 희원에게 아까운 상대라고 하면 또 그건 절대 아닌... 우경의 소위 지랄력이 나는 좋았다. 입 험하고 욕 잘 쓰는 캐릭터를 내가 워낙 좋아해서 그런지 얘 구제불능이구나싶긴 해도 싫지는 않았던 캐릭터. 그래서 둘이서 글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참 지랄(?)스럽게도 싸우고 말다툼을 하는데 그런 주거니받거니가 유머포인트인 듯 하다.
씬 자체보다는... 전체적으로 소재적으로도 소재 운용면에서도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면 역시 최태서에게 이끌려가며 나오는 윤간 장면이 아닌가싶다. 최태서 강간장면도 그렇고. 시각이 주는 노골적 자극과 달리 글은 어느정도 내가 정제해서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장면이든 무던하게 읽는 편이라 독서 자체가 힘들었던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윤간이라는 소재를 우경의 각성 계기로 사용되는 것이 불행포르노같은 면이 완전히 없었다고는 못해 살짝 눈이 흐려지기도. 근데 한 편으론 얘도 지 팔자 지가 꼬는 스타일이라 오버하다 결국 이 사달이 한 번쯤은 났을 것 같기도 하다.
'book: b'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패션 (PASSION) | 유우지 (0) | 2020.10.20 |
---|---|
헤어짐의 방법 | 아마릴리아 (0) | 2020.10.02 |
워크 온 워터 (walk on water) | 장목단 (0) | 2020.08.24 |